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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렙법의 변화가 우리에게 남기는 것

결국 미디어렙법안이 한나라당의 단독입법으로 강행처리되었다.

관련 기사 :http://bit.ly/w LJZJZ (연합뉴스)

문제는 이 법안이 왜, 지금 핫 이슈가 되는냐 하는 점이다.

대개 날치기로 통과되는 법안들은 누군가의 절실한 이해관계와 연관되어있기 때문에, 굳이 무리(?)를 해서라도 통과되어야 하는 문제들이고, 또 많은 경우, 국민들은 그 법안의 결과물을 체감하고 문제를 느끼는 데 꽤나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만약 모두의 당면한 이해관계를 건드리는 문제라면, 어떤 정치인도 무대뽀로 밀어붙일 엄두를 내지 못하게 마련이다.

그러니까, 새벽녁에 기습적으로(?) 날치기를 한 걸로 보면, 이 법안으로 인해 누군가는 큰 이익을 보게 될 것이요, 그에 따른 문제는 미래의 어떤 시점에 누군가에게 막연하게 밀쳐졌다고 추정해도 무방하다. 생각해보라, 노동관계법이 날치기 될때, 대체로 “저건 또 뭔 난리여 젠장… ” 하면서, 그 법안의 결과가 나와는 별로 관계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넘겼을 것이다. 그리고 채 15년도 안되어서 비정규직 문제는 “상당히 많은 우리”의 밥그릇을 흔드는 위험한 손길로 증명되지 않았던가?

이 문제가 나의 생활과 어떤 관련성을 갖는지 짚어보자면 (굳이 앞으로 예상되는 민망한, 봐주기 힘든 광고물의 범람은 그렇다치고…ㅠㅠ) 광고 산업의 규모가 대략 10조원을 넘어섰고, 전체 문화 산업에서 약 15%이상을 상회하고 있다는 사실(광고산업통계시스템 http://adstat.kobaco.co.kr/ 2011년 조사 자료)만 생각해봐도, 우리의 일상을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의 위력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참고 : 2011년 광고산업통계 최종보고서 참조 ]

[참고 : 국내 광고시장 규모 벌써 10조원?… (전자신문)]

우리가 접하는 거의 대부분의 볼 거리, 읽을 거리, 즐길 거리 중에서, 직접적으로 내 돈을 지불하지 않는 모든 컨텐츠들은, 오로지 광고수입에 의존하여 그 생산과 유통이 이루어진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그 내용들이란 돈을 대는 사람(광고주)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마련이고, 시청자의 권리라던가 공공의 이익이라는 것보다는 사적인 셈(이해관계)를 따라 내용이 편성된다고 보면 틀림없다. 그리고 그 광고들은 단 1초도 멈추지 않고, 광고에 돈을 대는 사람들의 이익을 부추기기 위해, 더 많은 소비, 더 즐거운(?) 생활방식, 더 편리한 도구와 기능을 선전하기 위해 최고로 숙련된 설득의 기술을 사용한다.

광고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은 오늘날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처럼 여겨진다. 감당할 수 없는 욕구, 지갑의 한계를 넘어서는 소비의 유혹, 더 멋있게 더 폼나게 지갑을 열라는 꼬드김을 외면하고 살기란 점점 더 힘들어지게 마련이고, 그 끝을 모르는 욕망의 질주는 삶의 균형이 무너진 파국으로 치닫게 한다.

여기까지는 지겹도록 들은 물질만능 사회의 폐혜쯤이라고 해두자.
보다 직접적으로는 신문-방송의 결합 형태를 띄고 있는 언론 재벌들의 이익을 위해 민영 광고영업대행사(이들이 바로 미디어렙이다!)를 통한 광고 영업을 약 3년(2.5개월 정도) 정도 유예하도록 했다는 사실이다. 그 기간 동안 종전의 방송사업자는 1공영 다민영체제라는 제약에 갖혀 여전히 한국방송광고공사를 통해 광고 영업을 위탁해야 하고, 방송의 공공성을 보완하기 위해 지역방송이나 종교방송의 광고 영업을 패키지형태로 묶어서 보장해야 하는 의무를 여전히 유지하게 된다는 점이다. MBC가 헌법소원도 불사(관련 : http://bit.ly/wxJ02s) 하는 까닭은, 방송-미디어의 공공성이라기 보다는 그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칼날이 너무나도 노골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여전히 “누구의 이익?“이라는 단순한 셈법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지금은, 년 10조원에 육박하는 광고시장의 파이를 놓고, 저마다 칼과 접시를 들고 자신들이 가져갈 이익의 크기를 위해 전력질주하고 있는 형편인 것이다. 언론사들이 얽힌 싸움이다보니, 사실관계에 대한 규명은 둘째치고, 누구의 이익이 될 것인가하는 셈법이 기사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낯뜨겁지만 사실이다…

언론이 공공의 이익과 미래 가치를 지켜야 하는 이유는, 그들의 모든 행위가 우리의 생각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이 진흙탕 싸움의 끝에 서서히 승자와 패자는 갈리겠지만, 그 저열하고 처절한 싸움의 결과로 우리가 얻게 되는 것은 질나쁜 컨텐츠와 뻔뻔한 장사놀음, 공해에 가까운 광고의 범람 뿐일 것이다.

그런 와중에도 KBS의 수신료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번외경기로 벌어지고 있다. 국민은 여전히 언제나 지갑을 열어 바치는 “영원한 호구“로 여겨지고 있는 셈이다. 광고도 유익한 정보의 한 종류로 자리할 수 있다는 걸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광고의 유통 구조가 균형을 잃고 왜곡되게 된다면, 우리가 접하는 거의 모든 매체 경험은 싸구려 이해관계에 속수무책으로 휘둘려버리게 될 것이다.

미디어렙범의 결과가 십여년 쯤 후에, 우리의 미디어 산업을 쌈마이로 만든 시발점이 되었다고 기록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 법안의 처리가 남긴 것이 부끄러움과 몰염치, 타협과 무지의 소산임을 깨닫게 되었을 때, 우리 아이들이 도대체 어떤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게 될지…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눈길이 서늘하고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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