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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 21세기의 레고를 꿈꾸며

디지털 혁명이 한창 진행중인 현재에 서서 돌아보면, 지난 10여년간 이루어진 변화는 산업혁명이 세계를 변화시킨 지난 100년 만큼이나 삶의 양식과 문화 전반을 바꾸어놓았다. 기술의 발전이 촉발시킨 “세계의 변화”는 그 틀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는 방식, 바깥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사회제도의 여러 부문을 동시에 흔드는 힘이 되지만, 가장 근본적으로는 전 세대의 가치관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고 유지하는 “교육”의 분야에서 격렬하게 일어나게 마련이다. 그리고 교육이라는 제도가 언제나 기존 사회 질서의 유지를 위해 복무하는 보수적 성격이 있는 까닭에, 변화의 방향과 미래 가치를 받아들이는 데 가장 늦고, 가장 마지막에야 변화의 마침표를 찍게 마련이다.

Lego라는 브랜드로 상징되는 플라스틱 블럭 장난감은 산업화  시대의 생산 구조와 패러다임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모든 블럭은 전체의 한 부분으로서 존재하고, 그 블럭 단위들은 서로 결합되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 개체가 되게 마련이다. 그 개체는 조립과 발견, 매개물과의 상호작용이라는 경험을 통해 산업 사회의 생산 구조와 패러다임을 아이들에게 각인시키는 기재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세계의 모든 아이들은 ‘레고를 통해’ 20세기의 산업적 생산방식에 익숙해지도록 교육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경험을 통해 배우는 세계는 디지털 혁명 이전의 생산방식과 패러다임이라는 것이 문제이다. 우리의 현재는 이미 기계장치를 근간으로 하는 표준화된 대량생산 체계를 지나, 네트워크화된 디지털 미디어의 세계에 진입해 있다. 그럼에도 우리의 아이들은 여전히 20세기의 패러다임을 배우고 있고, 교육은 아직 미래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지난 10년의 변화 속도가 그 이전 세기의 100년과 맞먹는다면, 다음 세대의 아이들은 다가올 미래의 세계를 상항하고 준비하며 자라나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의 물음은 여기에서 미래의 먼 지평을 바라보아야 한다. 우리에게는 레고가 20세기라는 세계를 관통하는 경제, 사회, 문화적 아이콘이었듯, 이제는 21세기의 세계를 함축하는 21세기의 레고가 필요한 것이다. 나의 물음은 그 ’21세기의 레고’가 어떤 형상으로 미래의 세대에게 즐거움을 주고, 어떻게 인간과 디지털 매체가 상호작용하며 놀이의 본능을 충족시켜줄지에 걸려있다. 놀이 본능에 충실하면서 미래의 세계를 담아나는 그 어떤 것을 꿈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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