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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의 한국비하 발언 파문이 남긴 것들
얼마전 인기 아이돌 그룹 2PM의 리더인 박재범이 ‘한국을 비하했다’는 비난에 집중포화를 받고 결국은 우리 나라를 떠나야했던 사건이 있었다. 아주 오래 전에, 무심코 투정삼아 내뱉듯이 적어놓은 그의 사적인(혹은 사적이라고 여겨지는) 공간에 적어놓은 글이 이토록 무서운 결과를 낳을수 있을지 그때 그는 상상이나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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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계에서의 평판의 문제
우리가 ‘평판’이라고 부르는, 즉 ‘타인의 시선에 포착된 나의 모습’은 디지털 세계가 펼쳐지면서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매일 매일 쏟아져나오는 뉴스와 스스로 만들어내는 디지털 흔적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스스로를 숨겨줄 곳 하나 없는 벌판에 내던지는 일이 될수도 있다.
당신이 흘려놓은 정보의 양에 비례하여, 당신이 맺은 인간관계의 수에 몇 제곱으로, 당신의 ‘평판’은 쉽게 손상될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내 삶의 거의 모든 디지털 흔적들은 누군가가, 혹은 어떤 집단이 작정하고 찾아내기 시작하면, 너무나도 손쉽게 ‘카더라 통신’의 이야기거리가 될수 있다.
새로운 도덕적 엄숙주의를 요구하는 사회
지금 현재 시점으로 수집된 ‘나’에 대한 정보는 얼마나 정확하고 진실되게 ‘나’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을까? 무심코 찍힌 사진 한장에, 무심코 내뱉은 욕설 한 마디에, 언제 찍히는지도 모른 CCTV 영상에, 내 행동은 아무런 맥락없이 제멋대로 해석되기 좋게 담겨버릴수 있다.
얼굴이 알려진 ‘공인’이라 불리는 사람들로서는, 우리가 일찍이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도덕적 일관성과 투명성을 요구받고 있는 셈이다. 일상 속의 모습은 꽁꽁 싸매고 감춰야 할수도 있고, 무심코 내탭은 한 마디나 개인적 대화인줄 알았던 메시지 한줄이 공들여 쌓은 사회적 평판을 한순간에 무너뜨릴수도 있게 되었다.
모두가 모두를 24시간 언제나 지켜보고, 기록하고, 편집할 수 있게 된 세상 속에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더 엄중하게 ‘바른 행실’을 요구받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
나는 검색된다 고로 존재한다.
우리는 취업을 할 때에도,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할 때에도, 직장내에서 누군가와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 할 때에도, 정치적 신념이나 성적 취향에 대해서는 더더욱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아야만 하는 웃지못할 상황에 처해있다.
과연 우리는 이러한 위협 속에서 우리의 디지털 자아를 안전하게, 그리고 건강하게 지켜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