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중년 남자들은 ‘디지털 시대’의 첫 발자국을 디딘 세대이면서도, 디지털을 통해 접근하기에 굉장히 어렵다고 여겨지는 고객군이다. 일단 그들은 너무 바쁘다. 챙겨야 할 관계, 신경써야 할 업무, 돌보아야 할 가족들의 대소사로 그야말로 눈코뜰 새 없이 바쁘다. 그러다보니 자연 그들은 디지털 매체/기기와 같은 빠른 변화에 둔감하고 두려워하기도 한다. 한 마디로 그들은 새로운 것이 귀찮고, 자신에게 분명한 필요가 생기지 않는 한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은 이해관계가 걸린 부분에 있어서는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디지털 매체/기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뉴스 소비나 정보 검색에 있어서 이들의 욕구와 정보 소비 활동은 다른 어떤 세대에 견주어 결코 뒤지지 않는다. 다만 그들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거나 적극적인 행위 – 소위 말하는 ‘engagement’-를 하기에는 여건이 좋지 않거나 의지가 약한 것 뿐이다.
그들의 현실적 삶의 조건들과 관계된 문제에 대한 정보를 얻고, 관계를 만들고, 자신을 알리는 데 대한 그들의 욕구는 의외로 상당히 뜨거운 에너지를 갖고 있다고 볼수 있는 것이다. 다만 그들의 그 ‘욕구’라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어떤 바람과 기대감을 갖고 있는지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특정 분야에서의 ‘전문성’에 견주어 디지털 매체를 통해 유통되는 정보는 어떤 의미에서 ‘깊이가 떨어지거나’ 수박 겉핥기 식의 이미 다 알고 있는, 때로는 잘못된 정보인 경우가 많다고도 유추할 수 있다.
정보 소비 이외에 여가와 오락의 관점에서 본다면, 40대 이후의 실버세대가 커뮤니티 활동을 통한 여가 생활에 관여하는 정도가 급격히 높아지는 흐름을 감안할 때, 40대 중년 남자들의 욕구는 현실적 삶의 조건으로 인해 ‘유보된 욕구’일 뿐이라고 볼수도 있다.
한 마디로 그들은 여유있게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인터넷을 즐기기에는 너무 팍팍한 삶을 살고 있고, ‘디지털 문화’라는 것에 있어서 그들은 완전히 소외되어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만큼 방치되어 있다. 그렇다고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적극적 소비를 하기에는 그들의 신체적 조건을 고려한 제품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뿐이다. (LG 와인폰의 장수비결은 이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쉽게 눈의 피로를 느끼고, 빛의 자극이나 현란한 영상을 버거워 하는 육체적 변화를 겪고 있는 그들을 위한 ‘새로운 사용자 경험체계‘가 필요한 것이다.
중년 남자들의 소비는 소극적이고 한정적이라고 쉽게 단정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으며, 세상의 변화에 대해 피로를 느끼면서도 깊은 책임의식을 갖고 있고, 중요한 문제라고 여겨지는 사안에 있어서는 적극적으로 두 팔을 걷어붙일만큼의 열정도 가지고 있다. 그들을 디지털 생태에서 방치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은 일이지 않을까? 그들의 정보 욕구와 사회적, 육체적 맥락을 고려한 디지털 환경을 제공해줄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같이 늙어 가는 처지(?)에 이들을 더 이상 마케팅의 관점에서 ‘변방의 소수민족’으로 취급하는 습성을 벗어나야 겠다고 다짐한다. 이들을 위한 목소리를 누군가는 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