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생명이다.
스스로 먹는 것을 중단하는 행위는 ‘단호한 의지’를 필요로 한다. 생명을 지탱하는 배고픔의 욕구를 다스리며, 뜻과 마음의 결을 단단히 세우는 일… 이런 모진 결기가 필요한 삶은 ‘행복을 꿈꾸는 보통사람’의 방식이 아니다.
무엇이 이 행위에 사람들을 불러들이는가? 양심과 정의의 문제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스스로 밥을 거를 마음마저 갖게 되었다면, 그 간절함과 겸손한 방식에 대해 귀를 기울여야 한다. 스스로 죽기를 바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온전히 자신의 것일, 그 하나 밖에 없는 목숨을 걸고 ‘들어달라’는 것이다. 돌을 들고, 무기를 들고 싸우는 방식보다, 겸양되며, 사려깊고, 진심을 다하는 물음이지 않은가? 무엇인가를 무너뜨리겠다는 적의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바로잡자는 호소 아니겠는가?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고,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면… 한 국민이 스스로 생명을 담보로 기꺼이 몸을 낮춰 ‘청원’하는 일에 마땅히 귀를 기울여야 한다. 국가라는 제도는, 정부라는 기관은, 그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그들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함께 자리를 갖고, 귀기울여 듣고, 방법을 찾기 위한 모색을 하는 것은, 국가가 국민을 위해 마땅히 해야할 최소한의 의무이다. 그 의무를 저버리는 국가에 대해 항의하고, 바로 잡으려는 노력은 또한 ‘시민’의 마땅한 의무이다. 스스로가 통치의 대상인 ‘백성’이 아니라, 국가의 주인이라 믿는다면, 이 ‘최소한의 의무’ 조차 외면하는 ‘국가’에 대해 매를 들어야 마땅하다.
그래서 빈 밥그릇을 놓고, 밥을 걸러보는 것이다. 작은 실천이나마 우리 사회의 올곧은 변화를 소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