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가? “집, 가족, 미래 (Home, Family, Future)”의 가치를 역설하며, 평화와 공존을 위해 고뇌하는 지도자 시저(Ceaser)를 지켜보며 무엇이 느껴지는가? “유인원은 유인원을 죽이지 않는다”는 절대적 명제를 이상으로 걸었던 시저가 혁명을 함께한 코바의 손을 놓아야만 했을 때, 그의 고뇌와 분노, 갈등과 좌절감은 그 깊은 눈빛 보다 어두운 인간 본성의 깊은 바닥을 그대로 비추어준다.
전작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에서 시작된 이 시리즈의 ‘깊은 물음’은 언제나 많은 생각을 품게 한다. 인간이 사회를 이루며 반복해온 피의 역사는 어떻게 시작되었던가? 미움과 분노, 두려움, 편견, 오해, 질투, 잘 못된 판단, 헛된 믿음… 그 모두는 단지 살아 남고(survive), 가족(Family)과 집(Home)을 꾸려, 미래(Future)를 모색해보려는 발버둥 속에서 함께 자라난다.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유인원들이 이룬 새로운 사회와 그들의 미래는 우리 스스로 어쩌지 못했던 오해와 폭력, 지킬 수 없을 것 같은 이상, 좋은 의도에서 시작된 행동이 낳는 끔찍한 결말의 아이러니 같은 “피와 고뇌로 점철 된 인간 역사”를 반복한다.
인간보다 우월하다고 믿으며, 이해와 공존의 방식으로 무리를 이끌려던 시저는 인간이 아닌, 혁명의 동지 코바의 총을 맞고 쓰러진다. 미움과 분노에서 시작된 폭력은 전염병처럼 번져나가고, 유인원과 인간 무리 속에서 ‘믿음(trust)’과 ‘평화(peace)’를 지켜내려는 노력은 힘 없이 무너져내린다.
시저는 결국 “유인원은 유인원을 죽이지 않는다”는 스스로의 원칙을 져버리고 이성을 잃은(?) 코바를 죽게 하고, 도시를 차지한 유인원들은 하나의 제국을 이루며 다가올 인간과의 전쟁을 예고한다. 시저와 함께 평화를 위해 분투했던 인간 말콤과 그의 가족들은, ‘이미 시작된 전쟁’을 눈앞에 두고 서서히 뒤걸음질치듯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시저가 원했던 미래는 아니었지만 유인원들은 인간의 총을 들고 무장을 했고, 스러져가는 인간들은 안간힘을 다해 저항하며 절규한다. 유인원의 시대(the Age of the Apes)가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피와 폭력으로 점철된 인간의 전쟁과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유인원’의 전쟁은 그렇게 서로 닮아간다. 난간 밖으로 던져진 애쉬는 시저가 천명했던 원칙과 이상을 상기시켰기 때문에 코바에 죽음을 당한다. 코바의 오랜 상처와 분노, 복수심과 광기는 그렇게 또다른 ‘피의 역사’를 시작하게 만든 것이다.
아이들과 영화를 보고나온 어떤 아버지(@suchs 서천석님)의 이 트윗은 우리들의 가슴 속에 무거운 질문을 던집니다. 오늘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추악한 폭력과 증오와 전쟁을 멈출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 아마도 진정한 용기와 인내, 그리고 서로에 대한 믿음과 노력만이 이 끔찍한 피의 역사를 멈추게 할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