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조(赤潮)는 “토양이나 하천·바다의 부영양화(富營養化)로 해수 플랑크톤의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여 적색계통의 색을 띠는 현상
(출처 : 다음 백과사전 – 적조현상)“을 가리킨다. 플랑크톤은 수 많은 바다 생명체의 먹이가 되는 바다 생태계의 기반을 이루는 존재이다. 하지만 특정한 요인에 의해 플랑크톤의 수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게 되면, 이들이 내뿜는 독소가 바다 생물의 신경을 마비시키기도 하며, 부영양화를 이룬 유기물을 분해하는 미생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일시적인 산소부족 증세를 일으키게 된다. 일단 적조가 발생하게 되면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기도 하며 해안가에서는 새나 사람들에게도 치명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일단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게 되면 그 영향은 거대한 재앙으로 작용하여 그 체계내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무서운 상처를 남기게 되는 것이다.
지금 블로그 생태계는 이러한 위험한 적조 현상을 예비하고 있다. Google의 ADSense로부터 조용히 시작된 블로그 내 광고 게재는 블로그의 잠재력이 주목 받으면서 동시에 ‘변종 광고’의 이상증식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콘텐트 매칭(matching) 광고’라는 컨셉으로 광고를 일종의 콘텐트로 수용할 수도 있는 조심스러운 접근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예 광고를 싣기 위해 콘텐트를 무작위로 찍어내는 블로그들도 적잖이 나타나고 있다. 말하자면 광고와 기사가 혼동되는 현상을 심심찮게 보이던 신문이나 잡지의 병폐가, 벌써부터 블로그 생태계에도 적잖은 사례를 선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블로그 생태계가 완전히 성숙되어 충분한 자정기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온갖 기기묘묘한 마케팅 기법으로 무장한 광고 상품들이 이상 증식하게 된다면, 이제 막 대중적 지지와 신뢰를 얻기 시작한 블로그 미디어의 위상은 아주 짧은 시간 내에 그 영향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렇다고 광고를 무작정 멀리한다는 것도 해법은 아닐 것이다. 미디어 산업에 있어서 ‘광고’라는 것은 바다의 플랑크톤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모든 미디어의 생존 방식은 두 가지 형태로 유지된다. 첫째는 생산된 콘텐트에 대한 구독료( 또는 수신료)를 받거나, 콘텐트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대신 그 콘텐트의 특정 영역에 광고를 노출하는 방식이다. 신문이 ‘매스미디어’의 전범을 만든 이래로 이러한 미디어 생태계의 기본 구조는 현재까지도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다. 신문, 잡지, 라디오, TV 같은 오랜 미디어는 물론, 인터넷을 필두로 한 뉴미디어 세계에도 광고는 저렴한 또는 무료로 콘텐트를 유통시킬 수 있게 하는 유력한 기재로 군림하고 있다. 바다 생명체들이 플랑크톤이 만들어낸 에너지를 먹이사슬로 하여 지탱되듯, 수 많은 미디어들은 많건 적건 광고주들이 내민 광고 수입에 의존하여 생존해간다. 적절한 균형을 이룬다면 광고는 블로그 생태계를 살찌우고 그 구성원의 왕성한 활동을 뒷받침하는 유용한 기반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한 현명한 해법을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 초창기에 최초의 배너 광고가 나타났을 때, 광고는 비전에 불과한 수 많은 인터넷 사업들을 현실화시키는 지렛대 역할을 했다. 사이트의 방문자 수는 광고 단가로 계산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았고, 회원 수는 광고 구독자 수를 의미하게 되었다. 새로 등장한 매체인 인터넷에 게재되는 광고는 상대적으로 주목도나 반응률이 높아 매우 효율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각광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인터넷 매체의 성장은 앞선 어떤 매체보다도 빠르게 커져갔고, 그 만큼 성숙된 생태계 균형을 찾기도 전에 광고로 도배되다시피 한 일종의 ‘적조현상’을 겪게 되었다. 콘텐트보다 광고의 면이 훨씬 커져갔고, 화면을 아예 덮어버리거나 광고 재생이 끝날 때까지 사용자를 꼼짝없이 붙들어 두는 광고상품도 등장한다.[footnote][각주] 상대적으로 역사가 긴 이메일도 이 즈음부터 ‘스팸’이라는 반갑지 않은 유해생명체(?)가 이상 증식하기 시작했다. 사이트 운영자들을 지금까지도 괴롭히는 문제는 수 많은 필요가 요청되는 ‘팝업’의 문제이다. 지면은 한정되어 있고, 담아야 하는 정보와 노출되기를 원하는 광고는 넘쳐나기 때문이다.[/footnote] 이 문제가
지금도 말끔히 해결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신뢰성을 인정받는 매체의 경우, 광고와 콘텐트의 영역을 엄격히 구분하고 광고는 광고임을 분별할 수 있는 표시를 달아두는 노력을 한다. 매체로서의 생명력이 콘텐트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 있음을 경험적으로 깨우쳤기 때문이다. 광고를 노출시키는 기법에 있어서도 사용자의 선택권을 배려한 여러 가지 기능(팝업 차단 기능, 소리 조절 기능, 사용자 반응에 따라 재생되는 동영상 등)이 도입되고 있다. 말하자면 인터넷 사이트는 이제야 광고를 다루는 일정한 자정기능을 갖추기 시작한 셈이다.
마찬가지로 이제 막 성장의 기틀을 마련한 블로그 미디어도 광고의 문제에 대해,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해야 하는지 이제는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해보아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적절한 광고란 어떤 형식과 틀을 가져야 하는지, 광고와 콘텐트의 경계는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미디어로서 블로그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하고 값을 매겨야 하는지 등에 대해 적절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논의의 필요성은 몇몇 블로그 사업자들이 시도 하고 있는 서비스 모델을 지켜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블로그 코리아(www.blogkorea.net )는 ‘블로그 뉴스룸&리뷰룸’ 메뉴를 선보이면서, 기업이나 기관으로부터 제공되는 이른바 ‘블로그 보도자료’를 블로거들과 매칭시키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뉴스와이어 같은 보도자료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홍보를 원하는 측에서 제공한 소스를 근거로 포스팅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프레스 블로그(www.pressblog.co.kr)의 경우 ‘정보레터’라는 형식으로 일정한 보상을 전제로 한 뉴스 소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블로거들을 위해 해당 제공처의 로고 이미지, 상품/서비스 이미지, 동영상 소스 등을 받아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올블로그(www.allblog.net)를 운영하는 블로그칵테일의 경우, 위드블로그(http://withblog.net/beta/)라는 블로그 마케팅 서비스 플랫폼을 시험운영 하며 블로거의 독립성과 개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마케팅 수단으로서의 블로그를 정립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의 노력이 어떠한 성과와 문제점을 드러낼지 지켜볼 일이다. 이들이 제공하는 기사소스를 그대로 편집도 하지 않고 게재하는 블로거들도 나타나고 있다. 보도자료를 그대로 기사로 실어버리는 무책임한 기자의 행태를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샘플이나 기타 대가를 제공받으면서 그 사실을 게재하지 않고 제품 리뷰나 사용기를 올리는 블로거들도 존재한다. 그러한 행동이 미칠 영향에 대해 일정한 가치기준을 제시할 ‘데스크’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기도 하겠지만-필요하지도 않겠지만…- 블로그 생태계를 위협할 ‘광고 포스트’들이 손쉽게 생겨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광고도 유용한 콘텐트가 될 수 있음을 부인하는 건 아니지만, 생산적인 노력 없이 제공된 콘텐트 소스들을 편하게 복사하여 실어 나르는 행위가 어떤 결과를 야기할지 신중하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넘쳐나는 쓰레기 콘텐트들로 인해 그토록 원하는 광고 유치마저도 여의치 않게 된 사이트들의 사례를 돌아보자. 서비스 사업자들은 이들에게 제공되는 보상체계가 어떤 결과를 유도할지 책임 있는 자세로 서비스 설계를 해야 한다. 기업과 기관은 블로그를 광고나 홍보의 수단이 아닌 ‘소통’의 공간으로 접근해주었으면 하고 희망해본다. 블로그의 신뢰도를 위협하는 광고 포스트들은 블로그 생태계의 힘으로 자정 되어야 한다.
‘우리의 미디어(We Media)’라는 블로그 생태계는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질서해지기도 쉽고 안정된 균형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우리 모두가 스스로 살피고, 암묵적인 공통의 가치 기준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 광고라는 양날의 칼을 어떻게 쓰는지는 우리가 디디고 있는 블로그 생태계의 ‘문화의 힘’에 달려있다. 모든 구성원들이 각자의 필요와 목적에 따라 공존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생태계를 만들 수 있기를 소망한다. 누군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독백처럼 이어가고, 누군가는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광장을 만들고, 또 다른 누군가는 광고와 마케팅의 도구로서 블로그를 이용하여 살아갈 수 있으며, 건강하고 생산적인 미디어 환경이 정립되기를 꿈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