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을 조언하는 신하를 모사라고 부른다. 삼국지에는 수 많은 모사, 즉 전략가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자신의 전략과 함께 운명을 함께 한다. 그들이 세운 전략의 틀거리를 오늘날의 용어로 보면 “패러다임”이라고 할수 있다. 제갈량의 삼국정립은 그의 등장과 함께 시작하고, 그의 죽음과 함께 끝난다.
노숙이 주유에게 제갈량을 소개하는 이 장면에서 삼국지 속의 세 나라, 위, 촉, 오의 복잡다단한 협력과 견재, 갈등과 배신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그들은 저 마다의 비전과 저 마다의 전략을 품고 서로를 만났다. 주유가 적벽에서 조조를 물리치고, 제갈량을 견재하는 데 성공했다면, 혹은 그의 두려움이 부추겼던대로 제갈량을 제거했다면, 노숙이 그런 주유를 만류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삼국지는 절묘한 균형의 드라마가 무너지고 말았을 것이다.
주유의 죽음은 어찌보면 이 드라마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수순처럼 보인다. 그가 그린 세계는 제갈량이 그린 삼국정립과 함께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강력하고 필연적인, 혹은 그런 힘을 담은 전략과 구상은 그에 맞서는 전략과 함께 그 전략의 창안자도 무너뜨린다. 주유는 그렇게 가장 극적인 승리의 순간, 생을 마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