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영화 같은 곳에서 주인공이 사부에게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마스터’라고 부르는 광경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마스터(master)”라는 호칭은 한 분야에서 그야말로 일가를 이룬 대가에게 존경심을 담아 부르는 경우에 사용된다. 우리말로 하면 “싸부~”라고 하는 표현이 아마도 이에 해당할 것이다.
지금은 “웹 마스터”라는 직함을 잘 사용하지 않지만, 한 때는 너도 나도 웹 마스터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정말로 많았다. 너무 너무나 많아서 “웹 마스터 = 사이트 관리자”로 이해해도 무방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그러던 시절에도 구도자와 같은 자세로, 진정한 “웹의 마스터”가 되고자 꿈꾸었던 사람들이 있었다. 마치 전설속의 무림고수들처럼, 그들은 기획이면 기획, 디자인이면 디자인, 개발이라는 경계가 무색하게 HTML 코딩부터 perl CGI나 웹 서버 설정은 물론, 시스템 설정에다 네트워크까지 자유자재로 다루고, 때로는 취미삼아(?) 전략적 비전을 멋진 문장으로 써내리기까지도 했다.
‘이들이 진정코 인간이란 말인가?’ 하는 의문이 들정도로, 웹 마스터들은 사이트의 기획-제작-관리에 이르는 모든 것을 하나로 꿰고 있는 이들이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인터넷 여명기라고 불리는 95년 무렵 즈음에는, 웹 마스터를 꾸꾸는 야심찬 젊은이들이 ‘인터넷 카페’ – PC방이 아니다! -를 꿰차고 앉아 그 비싼 통신요금을 아랑곳하지 않고 서핑 삼매경에 빠져 살았었다. 그리고 그들은 정말이지 열심히 도전했고, 무수한 좌절을 맛보며 겸손을 배웠다. 그들은 웹 마스터의 길이 얼마나 험하고 멀리 있는지 알기에 겸손하고, 너그러우며, 서로 일깨워주고 도와주는 데에 열심이었다.
이제 그런 진정한 ‘마스터’를 만나기란 정말로 쉽지 않다. 이따금 면접을 보기 위해 이력서의 무더기들을 뒤지다보면, 어째그리 ‘나는 뭐든지 할 수 있어요’하고 자신있게 떠벌리는 친구들이 많은지… 또 때로는 “웹 기획자는 어떻게 되나요? 학원 같은 데 몇 달 다니는 게 나을까요?”라는 뭐라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 별 고민없이 툭툭 던져져 있는 게시판을 발견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그 두둑한 배짱이 부럽기도 하고, 어쩌다 이 바닥이 이리 만만한 판이 되었나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을 묻든지 답을 찾아주곤 하던 ‘마스터’의 한 말씀(?)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모두가 다 마스터가 되어야 한다는 건 아니다. 웹 사이트의 구축-관리와 관련된 일들도 최근에는 아주 세분화가 되어서, 오히려 한 영역에서 전문성을 갖는 것이 더욱 빛을 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설픈 generalist보다는 한 방면에서라도 확고한 해결력을 갖고 있는 specialist들이 정말로 전문가로서 대접받아야 마땅한 것인지 모른다. 그러니 자신의 한 길을 택해 전문적 지식과 통찰력을 갖춘다면, 진정한 마스터의 길로 들어섰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그렇게 한 분야를 꿰고나면 옆의 길이 눈에 쉽게 들어올지도 모른다. 삶의 이치가 결국은 하나의 길로 이어지듯, 이 분야의 일도 결국은 하나의 길로 통하게 마련이니까 말이다.
자! 이제 용기를 내서 웹 마스터가 되는 길을 한번 준비해보도록 하자. 아직 연륜이 짧은 분야이니만큼, 고생스러운 것도 많고 스스로 깨우쳐야 하는 어려움도 많을 것이다. 그래도 이제는 대학에서 이 분야의 일들을 학문의 한 부분으로 연구하기도 한다. 또한 무한한 네트워크의 바다를 헤엄치다보면, 알려지지 않은 필자들의 무서운 내공이 담긴 화두를 만날수도 있다.
이 연재물은 그런 화두를 던지는 글이 될 것이다. 어떻게 하면 기획을 잘하나, 어떻게 하면 고객을 왕창 끌어들일 수 있나, 또 어찌하면 고객들이 감탄하도록 제안서를 쓰나, 이런 질문들은 앞으로의 글 속에서는 발견할 수 없다. 앞으로 한 땀 한 땀 쓰여지는 글들은 이 분야의 일들을 하면서 우리가 맞게 되는 피할 수 없는 문제의식에 관한 것들이다. 다시 말하면, 단순한 밥벌이가 아닌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감을 형성하는 직업으로서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하는 진정한 가치(value)에 대한 물음들이다. 그렇다고 너무나 무겁게 이야기를 시작하면 재미가 없을테니, 가볍게 ‘마스터’라는 무게감을 슬쩍 옆으로 밀쳐보자는 말이다. 그렇게 시작을 하는 거다.
이제 대충 준비운동은 되었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웹 마스터’의 길은 잡다한 지식의 무더기가 아니라 우리의 일에 관계된 가치관에 대한 통찰이라는데 얼마간이라도 동의하는 분들은 무서운 감시의 눈으로 지켜봐 주십사!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음 편에 이야기 나눌 물음 하나를 던져본다.
“그대들이 만든 사이트를 ‘성공’이라고 부를 수 있는 기준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